7주가 지나면 막을 내리는 내부전쟁 시즌1,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었다.
모두가 떠나가는 와중, 나는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선택했다. 그 이유는 단순했다. 아니, 우연 그 자체였다. 어느 날 스쳐 지나가듯 보게 된 한 이미지가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.
“갱플랭크.”
그 이미지는 내가 알던 와우 캐릭터가 아니었다. 그저 호드만을 고집해온 내게 얼라이언스 캐릭터를 만들 결심을 하게 만든 전환점이었다.
게임이라면, 더군다나 수많은 시간을 쏟는 캐릭터라면 어때야 할까? 그렇다. 멋지고, 이쁘고, 내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. 그래야 애정도 생기고, 그 애정으로 더 오래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?
하지만 그런 이유로 내가 선택한 무법 도적은… 선택해서는 안 될 직업이었다. 이미 많은 이들이 경고했던 그 직업. 하지만 이왕 시작한 길, 나는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.
내 무법 도적 이야기는 이제부터다.
...
"다크문 축제와 시간 여행 던전의 만남, 그리고 그 억울했던 순간"
운명처럼 찾아온 기회였다. 다크문 축제와 시간 여행 던전 기간이 겹치는 완벽한 타이밍. 그 덕분에 나는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.
다크문 축제장의 롤러코스터와 회전목마는 단순한 놀이기구가 아니다. 그것은 모험가들에게 경험치 버프 10%라는 강력한 선물을 제공한다. 단, 그 효과는 60분. 죽기 전까지만 유지된다.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나는 시간 여행 던전에 올인 했다.
시간 여행 던전은 보상 경험치가 일반 던전에 비해 월등히 높다. 특히 만렙 캐릭터가 5개 이상이면 추가 경험치 25%까지 얻을 수 있었으니, 동선이 긴 퀘스트를 할 필요가 없었다.
하지만 딜러로 던전 매칭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다. 대기 시간이 10분을 넘기기 일쑤였고, 그 시간 동안 나는 도적 플레이 영상을 보며 공부했다.
던전에 들어가면 영상에서 배운 기술들을 하나씩 시도해 보았다. 그렇게 매 던전마다 내 갱플랭크 무법 도적의 꿈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다.
그런데 어느 날, 한 고레벨 탱커가 내게 귓속말을 보냈다.
"딜 좀 하세요. 다른 사람들 다 열씸히 하잖아요."
그 순간, 나는 말문이 막혔다. 그렇다. 와우의 무작위 던전은 레벨 차이와 상관없이 공략할 수 있도록 몬스터 체력이 각 유저 레벨에 맞게 스케일링 된다. 따라서, 레벨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몬스터의 체력이 낮아져 DPS가 높게 나올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. 즉, 레벨이 제일 낮은 내가 가장 높은 DPS(딜)을 보여야 한다.
현실은.. 탱커보다 낮은 DPS. 나는 억울했다.
전투 중 나는 단 한순간도 대충하지 않았다. 오히려 스킬 쿨타임이 돌아오기도 전에 키보드를 연타하며 준비하고 있었다.
"그런데도 딜좀 하라니!!?"
"내가 부족한 걸까, 아니면 무법 도적의 길이 원래 험난한 걸까?"
그 귓속말은 단순한 한마디였지만, 내게 큰 질문을 던졌다.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던전 신청을 하였다.
이때 나는 알아차려야 했다. 아니, 사실 어느 정도 느낌이 왔는데 애써 부정했다.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.
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의 무법 도적은 만렙이 되었다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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